뛰어난 장기 이식 기술을 가진 캐나다에서 난데없는 ‘동성애 장기 이식’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부가 ‘동성애 남성의 장기 기증을 금한다’고 발표하자,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23호] 2008년 02월 18일 (월) 10:54:59 토론토=김상현 (자유 기고가)  noma@sisain.co.kr

   
 
ⓒAP Photo
캐나다 보건부는 2006년 동성애 남성(위)의 헌혈을 금지해 비판을 받았다.
 
 
헌혈할 수 있는 사람의 자격을 놓고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캐나다 연방 보건부가 이번에는 장기 기증자의 자격을 제한하는 정책으로 또 한 번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12월7일 발효된 새 정책의 골자는 1977년 이후 다른 남자와 성 관계를 맺은 동성애 남성의 장기 기증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2006년 동성애 남성의 헌혈을 금지한 보건부의 논란 많은 정책과 맥을 같이한다.

보건부의 새 정책은 곧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동성애자 인권 단체가 먼저 나섰고, 언론은 ‘정부의 동성애 혐오증과 무지를 드러낸 실책’이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장기 기증 관련 NGO들은 ‘가뜩이나 낮은 장기 기증률이 이번 정책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 대학 신문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전체 장기 기증자 중에서 동성애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이다.

연방 정부의 새 정책을 못마땅하게 여기기는 주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캐나다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온타리오 주가 특히 그러하다. 온타리오 주 조지 스미더먼 보건부 장관은 연방 보건부의 새 정책에 대해 ‘모욕적’이며 ‘비뚤어진 관료의 작품’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보건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스미더먼 장관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캐나다의 유일한 게이 보건부 장관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장기 기증 실태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지도 않은 채 오타와의 관료들이 왜곡된 시각으로 이같은 정책을 내놓았다는 사실이 실로 모욕적이다”라고 비판했다. 물론 연방 정부의 시각은 그와 다르다.

토니 클레멘트 연방 보건부 장관은 “성생활이 왕성한 동성애자를 장기 기증자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은 이 분야의 전문가와 과학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결과이며, 그 중에는 스미더먼 장관의 의견도 포함되었다”라고 반박하고, “새 정책이 현재의 장기 기증 절차와 규정에 큰 변화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회 일반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동성애자에 대한 나쁜 인식을 부추길 뿐 아니라, 자발적인 장기 기증자를 끌어 모으는 데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장기 이식 기술에 관한 한 캐나다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캐나다는 1986년 세계 최초로 폐 이식 수술에 성공했으며, 1988년에는 간·장(腸)을 대체하는 수술을 했다. 다른 이식 수술의 성공률도 매우 높다. 신장 이식 수술 성공률은 98%에 이르며, 간과 심장 이식 수술도 각각 90%, 85% 성공률을 자랑한다. 문제는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이들이 한국처럼 적다는 점이다. 캐나다 사람의 장기 기증률은 선진국 중 가장 낮다고 알려졌다. 캐나다의 역설이다.

“동성애자 장기 기증 제외, 과학자들 의견”

물론 장기 기증자를 더 끌어 모으기 위한 방안은 여러 각도로 모색되어 왔다. 연방 보건부는 2001년 ‘장기 기증 및 이식 위원회’를 만들어 각 주와 준주(準州)에서 벌이는 장기 기증 캠페인을 지원해오고 있다. 위원회는 또한 ‘장기 및 조직 이식 수술을 위한 캐나다 표준안을 만들었다. 주·준주 정부 차원에서도 장기 기증을 전담하는 기구나 부서를 만들어 한 사람이라도 장기 기증을 약속하도록 다양한 캠페인과 홍보 활동을 벌인다. 그 중 하나가 장기 기증에 얽힌 여러 오해와 편견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주는 광고 전단, 포스터, 웹사이트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장기 기증에는 나이 제한이 없습니다. 최고령 장기 기증자는 90세가 넘었으며, 각막을 기증한 최고령자는 102세였습니다’ ‘대다수 종교와 종파는 장기 기증을 권장하고 지지합니다’  ‘장기 기증을 했더라도 관을 열어놓고 예식을 치를 수 있습니다. 장례복을 입히면 수술 자국은 드러나지 않습니다’ ‘장기 이식은 의료비용을 크게 절약해줍니다. 신장 이식 수술 비용은 평균 2만 달러 정도이며 이후 해마다 6000달러가 소요됩니다(5년간 약 5만 달러). 그에 비해 이식 수술을 받지 않고 투석으로 치료를 계속할 경우 그 비용은 연간 5만 달러에 이릅니다(5년간 약 25만 달러)’.

장기 기증 못 받아 매년 200여 명 사망

장기 기증을 서약하는 방식은 주마다 다르다. 대다수 주에서는 장기 기증을 약속한 이에게 ‘기증자 카드’를 지급하며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는 기증자 등록 시스템을 운영한다. 온타리오 주의 경우 각 개인마다 소지하는 보건 카드에 기증 서약 여부를 담고 있다. 공통인 것은 모든 주에서 본인 사망 직후 의사가 그 직계가족에게 장기 기증 여부를 묻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굳이 기증 서약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더라도 평소에 그 가족에게 사후 기증 의도를 밝혀두면 다른 이의 생명을 구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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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뇌사자가 발생하면 의사가 그 가족에게 장기 기증 여부를 묻기도 한다.
 
 
캐나다에는 2006년 현재 4240명이 그들의 손상된 신장·심장·폐 또는 간을 바꿔줄 수 있는 장기 기증자를 기다리고 있으며, 또 다른 수천 명이 각막(角膜)·심장 판막·뼈 같은 조직의 기증자를 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를 주겠다는 사람 수와 받겠다는 이들의 수는 큰 차이가 있다. 해마다 200명 이상이 장기를 제때 기증받지 못해 죽어간다. 이는 매주 다섯 명꼴이다. 그리고 그 간극은 해마다 조금씩 더 넓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온타리오 주 장기 기증 담당 기관 ‘트릴리엄 생명의 선물 네트워크’를 이끄는 프랭크 마켈 박사는 연방 정부의 새 정책이 동성애자를 격분시킬 의도로 나왔다고는 보지 않는다면서 장기 기증자의 적합성 여부를 따지는 의료 진단 과정에서 아무 문제도 없다면 동성애자의 장기 기증도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에게는 장기 기증자 한 사람이 아쉬운 실정이다. 지금 온타리오 주에만 1600명 이상이 장기 기증자를 고대하고 있다. 어떤 장기이든 다른 이에게 이식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그가 누구든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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