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의 ‘성적지향’ 관련 조항 삭제 움직임을 바라보는 우리의 입장

차별금지법이란?
차별금지 법은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 모든 영역에서 성별·장애·나이·출신지·인종·학력·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으로서, 이 법이 시행될 경우 차별 피해자는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이나 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으며, 법원은 차별 중지, 손해 배상, 임금·근로조건 개선 등 적극적인 차별시정 조처를 내릴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차별 진정이나 소송을 낸 사람에게 해고·징계·퇴학 등의 불이익을 줄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기존의 법령·조례·정책 등을 이 법의 취지에 맞게 고쳐야 합니다. 차별금지법은 헌법의 핵심 원리인 평등의 원칙을 위한 확인적 입법으로서 헌법 이념을 실현하기위한 필수적인 법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보다 세밀하고 민감하게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가해지는 차별을 방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들이 법안에 반영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차별을 받은 피해자의 소송을 지원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주는 제도는 삭제되었고, 차별 입증에 대해서 가해자-피해자 모두 입증하도록 이원화 하는 등 법안의 실효성이 의심받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의 성적지향 조항을 삭제하려는 폭력적 움직임들
법안에서는 차별을 직접차별, 간접차별, 괴롭힘(harassment)을 포괄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법안 2조 정의 6항에서는 “성적(性的) 지향”을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를 의미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법안 3조 4항 법령과 정책의 집행에서는 “성별, 장애, 인종, 출신국가, 출신민족, 피부색,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괴롭힘은 차별로 본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렇듯, 차별금지대상에 성적 지향을 포함시킨 법무부의 입법예고에 반대하며 10월22일 ‘동성애 차별금지법안 저지 의회선교연합(국가조찬기도회, 성시화운동본부, 한기총, KNCC 등)’이 10월22일 기자회견을 갖고 정식 출범했습니다. 이 기자회견에서 김영진 장로(한일기독의원연맹 공동대표, 전 농림부 장관)는 “동성애를 합법화하는 이 법안은 하나님의 천지창조 질서에 대한 심대한 도전이며, 사회질서 유지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며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 법이 통과돼서는 안 된다”고 했으며, 한기총 법률자문단 공동대표인 전용태 장로(성시화운동 대표)는 “비도덕적 행위도 평등하게 보호받아야 하는 것이냐?”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입법예고를 한 뒤 10월22일까지 의견서를 접수받은 법무부에 저열한 수준의 의견서로 물량공세를 했으며, 1천만 서명운동, 대국민 토론회를 개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폭력적인 움직임에 기독교인들의 표를 의식한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까지 합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동성애 반대자임을 공표해온 이명박 후보는 제쳐두고, 대통합 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 역시 한기총 관련자를 만나는 자리에서 차별금지법에 성적지향 조항을 빼라는 의견에 수긍했습니다.        

우리의 입장
우리는 지난 2003년 많은 성적 소수자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었던, 국가인권위원회의 청소년보호법시행령 중 '동성애' 삭제권고결정에 반박하는 한기총의 4월7일 성명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4월26일 스무 살의 카톨릭 동성애자 청년의 죽음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성적소수자들을 정죄하고 심판하는 예수님이 아닌, 사회의 무지와 편견 그리고 성적소수자들을 죄인으로 규정하는 보수 기독교인들로 인해 상처받은 성소수자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예수님을 고백합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의 핵심은 ‘사랑’입니다. 이 사랑은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를 구분하지 않는 가르침입니다. 그러나 이 사회에서는 신앙의 이름아래 수많은 폭력들이 저질러지고 있습니다. 소수자들의 인권이 성서무오설에 갇힌 화석화된 신앙의 이름으로 말살되는 이 현실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우리현실에 녹여내지 못하고 있다는 역설을 말해줍니다. 성소수자들을 벽장 속으로 밀어 넣는 사회, 성적지향으로 인한 차별과 폭력이 용인되는 사회가 보수-기독교인들이 고백하는 하나님 나라인지 묻고 싶습니다. 우리는 저들이 전유한 예수님을, 신앙을, 성소수자들에게 돌려주는 움직임들을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상처받고 분노한 모든 성소수자들과 함께 연대하며, 성서와 신앙의 이름으로 사람을 죽이는 움직임에 맞서 사람을 살리는 예수운동을 펼쳐나갈 것입니다.


만남과 살림의 공동체 한기연(www.salli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