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조장적인 법무부의 차별금지법안을 비판한다


지난 10월 31일 법무부에서 차별금지법안의 차별 금지 조항 20개중, 7개 조항을 삭제했다는 소식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인권보호를 도모함과 아울러 궁극적으로 사회통합과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법무부 공고 제2007-106)”이라는 취지의 차별금지법은 어디로 갔는가. 이번 법무부의 7개 조항 삭제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명백히 무시하는 결정이다.

이번에 삭제 된 7개 조항 - 성적지향, 언어, 출신국가,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범죄 및 범죄력, 학력, 병력 - 의 삭제의 근거는 대체 무엇인가. 존중 받아야 할 인권과 존중 받지 말아야 할 인권은 한국사회에서 분리되어 존재하는가?

남겨진 13개 조항 중 ‘성별’도 최초 입법예고안에선 “여성, 남성 또는 기타 여성 혹은 남성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성”이라고 정의하며 트랜스젠더와 간성을 포괄하였지만, 새로 변경한 차별금지법안에는 이러한 정의마저 삭제하였다. 이것은 이 법에서 사용하고자 하는 성별의 정의를 모호하게 만들어 트랜스젠더들을 비롯한 성별이분법에 부합하지 않는 이들을 차별하는 것을 방조하려는 취지로 밖에는 볼 수 없다.

또한 이 법은 한 인간이 사회 속에서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위치들이, 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기제로서 복합적으로 작용 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이성애 ’정상‘가족을 구성하며 부모나 배우자를 잃은 경험이 없는, 한국어를 구사하는 한국국적의 고학력자 남성’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차별 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말인가.  

위 7개 조항의 삭제가 소수의 특정 보수적인 기독교 단체와 기업 등의 반대로 이루어졌다는 점은 법무부의 조항 삭제의 의도가 얼마나 저급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일부 기독교 단체는 이번 차별금지법을 동성애차별금지법으로 오도하고,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동성애를 조장한다’, ‘동성애자들이 정상이란 말이냐’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금지를 극렬히 반대했다. 기업들 역시 ‘어차피 2차 서류 심사에서 학력이나 언어 등을 이유로 떨어뜨릴 거, 두 번 일하게 하는 건 낭비’라는 이유로 차별금지법을 우려하며 학력 등의 조항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출신민족이나 피부색 등은 그대로 두면서 출신국가를 삭제한 것 역시, 출입국관리법 등의 관련법이 국적을 기준으로 차별한다는 점에서, 현재의 인권차별적인 정부정책을 방조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법무부의 이번 결정은 법무부가 이야기했던 ‘인권선진국’의 그 ‘인권’이, 결국 특정 권력집단과 이익집단을 위한 것이며, 법무부는 이 집단들을 위해 일하는 부처임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우리는 이렇게 인권 몰 이해적이며 차별을 조장/방조하는 변경된 차별금지법 제정을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법무부의 즉각적인 법안 변경 취소와, 애초 제시하였던 최초의 법안의 형태로 차별금지법을 조속히 제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07년 11월 07일
서강대학교 대학원 여성학협동과정 학생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