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법무부는 ‘성적 지향’ 포함 차별금지법안에서 삭제한 7개 조항을 복원하라


 

우리는 얼마 전부터 많은 이들이 법무부의 차별금지법안을 ‘동성애 차별금지법’이라 부르며 찬반여부를 논쟁하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다. 우리는 보수 기독교 단체의 조직적 운동이 대사회적 동성애 혐오를 부추기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다. 우리는 성 소수자들의 현실과 고통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배우지 못한 다수 대중의 무지와 혐오가 인터넷상에서 들끓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다. 우리는 차별금지법 초안에서 ‘성적지향, 학력, 병력, 출신국가, 언어, 가족 형태 및 가족상황, 범죄 및 보호처분 전력’ 7개 항목이 결국 삭제되었다는 사실을 그저 듣고 있어야만 했다.

원안의 20개 조항 중 특히 많은 논쟁거리를 내포하고 있고, 또 적용될 경우 기득권층의 이익추구에 장애가 될 항목들을 제외시킴으로써, 법무부는 차별금지법 제정 목적의 핵심을 회피하고, 차별받는 당사자들이 처한 불편한 현실을 외면하는 지극히 안이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어떠한 힘의 논리나 사회적 편견과 마주하든 그에 맞서 약자를 보호해줄 수 있는 것이 진정한 기본권 보장이다. 그러나, 지배층의 압력으로 사회적 논란을 불러올만한 골치아픈 요소들이 싹 빠진, ‘안전한’ 차별금지법에 무슨 법적 권위가 있단 말인가? 헌법에 명시된 보편적 평등권 구현을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법의 원안이 기득권층의 힘에 밀려 개정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이 법의 가치를 바닥에 떨어트리고 있는데 말이다. 가진 자들의 눈치를 볼 정도의 추진력밖에 없다면, 애시당초 법무부는 왜 4년이란 긴 시간에 걸쳐 차별금지법안을 제정하고자 했는가?

어떤 소수자들은 소수자들 중에서도 특히 더 차별받는다. 인식이 조금 변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성 소수자들에 대한 비이성적이고 폭력적인 혐오감이 팽배한 사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은 이들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작은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었다. 그런만큼, ‘성적 지향’ 조항의 삭제는 성 소수자 장본인들 뿐 아니라 의식있는 많은 사람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 법이 개정안대로 제정될 경우, 차별 금지법이란 이름으로 어떤 차별은 법으로 금지하면서 어떤 차별은 묵인하는 모순이 명문화되어, ‘특정 부류의 사람들’에 대한 차별을 오히려 조장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칭 종교인들이란 자들이, 자신의 탓 아닌 탓으로 억눌리는 이들을 기독교의 이름으로 앞장서서 배척하는 작태는 실로 경악할 모습이다. 보수주의, 가부장주의, 권위주의, 현세구복적 성향과 기묘하게 뒤섞인 이 땅의 주류 기독교 조직들은 자신들의 편견과 독선을 정당화하고 세속적인 잇속을 차리기 위해 신과 성경 몇 구절을 내세워 방패삼으며, 사랑과 배려를 앞세우는 기독교 교리의 본질을 완전히 왜곡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기독교 단체들의 조직적 움직임에서 여실히 드러난 극단적인 호모포비아가 그 위선의 결정적인 증거다. 타자에 대한 혐오로 일관하는 조직을 진정한 교회라 부를 수 있는가? 인간의 고통에 그토록 무감각한 자들을 제대로 된 종교인이라 일컬을 수 있는가? 그리스도는 절대 기득권층을 위한 메시아가 아니었으며, 그의 삶은 언제나 사회의 비주류, 누구나 웬만해선 곁에 가기조차 꺼려하는 소외된 자들과 함께였다. 물론 그 이전에, 대한민국은 기독교 국가가 아니다.

국가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각자 자신의 성향과 개성을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하며, 특히 오늘날처럼 다원적인 세상에서는 더욱 더 그러하다. 차별받는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주류 질서에 편입되지 않은 집단의 목소리를 포용하지 않는 국가의 발전은 절대 있을 수 없다. 법무부는 퇴행적이고 시대착오적이며 본래의 취지를 완전히 상실한 차별금지법 개악안을 철회하고, ‘성적지향’ 포함 원안에서 삭제한 7개 조항을 조속히 복원하라. 부당하게 차별받으며 힘든 일상을 견뎌가고 있는 이들이, 그래도 그나마 기본권은 확실히 보장해주는 나라에, 적어도 점점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나라에 태어나 살고 있다는 생각을 단 한번만이라도 갖게 하라. 개정안대로의 법 제정을 막기 위한 전국적인 거센 움직임이 이미 일어나고 있다.


2007. 11. 07
대구경북성소수자인권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