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을 묵인하는 ‘차별금지법 조항삭제’를 규탄한다!
지난 10월 30일,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차별금지법에서 7개 조항이 삭제되었다. 보수 기독교 단체와 재계의 강력한 항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삭제된 일곱 개의 조항을 살펴보면 보수 기독교 단체와 재계가 바라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대강 그려볼 수 있다.
삭제된 조항은 성적 지향, 학력 및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전력, 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이다.
도대체 이 항목들은 왜 삭제되었을까?
재계와 보수 언론들은 ‘학력’, ‘병력’에 의한 차별 금지 조항이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막는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출신국가’와 ‘언어’가 빠진 것도 이주노동자와 관련하여 재계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성적 지향’이 차별금지법에 포함되면 동성애가 사회에 확산될 것이며 출산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웃기는 소리다. 동성애가 “확산”되는 것이라면, 동성애자(를 포함한 성소수자)들이 이렇게 차별받을 일도 없다. 출산율이 하락하는 것도 자녀를 낳아 기르는 비용이 워낙 커져서이지 동성애와는 하등의 상관관계가 없다. 이렇게 허술한 논리에 대학교수라는 사람들이 211명이나 동조하여 차별금지법 반대 서명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고려대학교는 의대교수 이은일 씨가 이름을 올렸다.)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사랑으로” 동성애자들을 감싸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동성애는 행위가 아니라 존재의 영역에 속한다. 다른 사람의 본질을 부정하면서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그들의 주장은 신앙의 이름으로 자신의 혐오증을 감추는 수사법에 불과하다.
이렇게 짜인 차별금지법은 논리적으로도 모순을 가지게 된다. ‘인종’, ‘피부색’에 따른 차별은 차별금지법에 존속되고 ‘출신 국가’와 ‘언어’에 따른 차별은 삭제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주노동자들은 어떻게 되는가? 그들에 대한 차별은 ‘인종’과 ‘피부색’에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출신 국가’, ‘언어’의 문제에도 근거한다. 그런데 ‘출신국가’와 ‘언어’에 따른 차별 금지 조항이 삭제된 이 차별금지법이 이들을 제대로 보호해 줄 수 있겠는가?
또한 ‘성별’에 따른 차별은 차별금지법에 존속되고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은 삭제되었다. 그러나 성별과 성적지향은 무 자르듯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성과 남성 사이에 무수한 성적 정체성이 존재할 수 있으며 한 사람 안에도 다양한 성 정체성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여/남이라는 이분법을 가로지르는 트렌스젠더들은 어떤가? 이들은 ‘성별에 따른 차별 금지 법안’의 수혜자가 될 수 있는가?
결국 재계와 보수 기독교계가 바라는 세상은 돈을 위해서라면 타인을 마음대로 착취할 수 있는 세상이고, 자신들의 가치관에 적합한 사람만이 인간으로서 살 수 있는 세상이다. 이들이 그리는 세상에는 개인의 다양성도, 안전성도 없다. 경제논리와, 특정 집단의 편견에 휘둘리는 인권은 인권이라 할 수 없다. 차별금지법이 본래의 입법취지대로 ‘헌법상의 기본권을 실현’ 하려면 한국 사회에서 가장 차별받는 소수자들의 인권이 명시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법무부의 비겁한 조치로 차별금지법에서조차 특정 대상을 ‘차별’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을 규탄한다.
법무부는 삭제된 조항들을 복원하고 즉각 사과하라!
고려대학교 성소수자모임 사람과사람
대학원총학생회
24대 스포트라이트 동아리연합회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고려대지부
고려대학교 생활도서관
석순 편집위원회
고대문화 편집위원회
고려대학교 여학생 위원회
한국사대동반 여성학소모임 아차
고려대 학생행진
사회학과 05 조현철 사학과 05 유다해 사학과 06 강수경 한국사학과 05 박세연
사회학과 05 최병주 독어독문 03 오민혜 40대 녹두문대 학생회장 육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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