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 Douglas Sanders
대한민국 '차별 금지 법안'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차별 금지 사유(성별, 종교, 피부색, 종교 등)에 있어서 법안의 3조 1항은 이 법안의 보호 범위에 명시되지 않은 사유에 의한 차별을 배제하지 않으며, 이같은 사유를 예를 통해 설명하는 규정입니다.
따라서 귀하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설령 여타 사유가 3조 1항에 명시되지 않더라도 이들 사유에 의한 차별이 허용 내지 권장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차별 금지법안 3조 1항
"'차별'이라는 용어는…합리적인 사유 없이 성별, 나이, 인종, 피부색, 국적, 출신 지역, 장애, 종교, 정치 및 사상, 결혼, 임신, 사회 신분 및 기타 사유에 근거하는 분리, 차별화, 규제, 배제 및 기타 부정적 대우를 의미한다."
법무부 인권 정책 서기관
홍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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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신] Re: 대한민국 차별 금지법 ? 과소 포함의 문제
2007년 11월 17일
수신: 홍관표 인권 정책 서기관 (federone@gmail.com)
차별 금지법을 위해 제안된 구체적인 문구에 대한 해명에 감사드립니다.
우리 모두 '닫힌 목록(closed lists)'과 '열린 목록(open lists)'을 갖춘 차별 금지 규정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대한민국 차별 금지법안의 문구는 '열린 목록'으로, 명시된 차별 금지 사유는 사례이며, 비록 명시는 되지 않았지만 '기타 사유' 또한 금지됩니다.
1966년에 유엔 총회(UN General Assembly)에서 승인된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 규약(ICCPR: 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26조의 차별 금지 규정 또한 '열린' 것입니다. 그리고 1982년에 제정된 캐나다 헌법의 규정 또한 '열린' 것입니다. 이 두 규정 모두 사례 목록에 '성적 지향'을 포함하지 않습니다.
호주 [정부]는 투넨(Toonen) 대 호주 소송에서 유엔 인권 위원회(UNHRC: UN Human Rights Committee)에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 규약의 해석에 있어서 '기타 지위'에 '성적 지향'이 포함되는지 답변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인권 위원회는 [이 질문에 직접 답변하는] 대신에 '성적 지향'을 근거로 하는 차별은 성별을 근거로 하는 차별의 일종이며, 따라서 사례 목록에 포함된다고 판결했습니다.
[한편] 캐나다 대법원의 판결은 또 다른 접근법을 택해 '성적 지향'을 근거로 하는 차별은 사례로 열거된 [기타] 차별 근거에 비견되며, 따라서 해당 부분의 열린 문구에 포함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는 이건(Egan) 대 캐나다 소송에서 대법원이 만장일치로 내린 판결이었으며, 그 후 모든 판결에서 준수됐습니다.
[반면에] 유럽 인권 재판소(ECHR: European Court of Human Rights)는 고용시 차별 금지에 연장되는 개인 사생활권에 근거해 세 번째의 접근법을 택했습니다.
한국 차별 금지법안을 위해 제안된 문구가 동성애자들을 차별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홍 서기관님의 말씀은 맞습니다(이는[보호]는 투넨 소송 또는 이건 소송의 논리를 따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별 금지법안의 현재 문구에 대한 이같은 옹호는 아직도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차별 금지법안의 동성애자 인권 보호 여부가] 해당 부분에 대한 행정 및 사법 기관의 해석에 좌우된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같은 기관들이 '성적 지향'이 명시적인 [차별] 사례로서 포함됐다가 차후에 삭제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가정해야만 합니다. 행정 및 사법 기관이 해석상 진보적 접근법, 아니면 보수적 접근법을 택할까요? 우리로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 [즉 '성적 지향'의 삭제로 인해서] 분명했던 것이 모호해진 것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트랜스젠더가 투명함으로 인해 고통을 겪어왔다는 점입니다. 표준적인 서구 용어를 쓰자면, 이들은 '벽장 안'에서 살도록 요구돼왔습니다. [따라서] 대한민국에서 주요 인사가 자신의 성적 지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란 아직까지도 매우 어렵습니다. 반면에 차별 금지법안의 '사례들'에 명시된 기타 구성원--여성, 장애인, 인종적 소수자, 노인, 임산부--은 많은 경우에 매우 가시적입니다.
성적 다양성에 대한 관용을 위해서는 [우선] 사회가 성적 편차의 존재를 인정해야만 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성적 지향'이라는] 항목을 숨기거나 [재판관의] 해석에 맡기는 대신에 명시하는 일이 매우 중요해집니다.
바로 이같은 이유로 인해 국가 인권 위원회법에 '성적 지향'이 포함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습니다(그리고 저는 이 점에서 한국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차별 금지법안은 마치 따귀를 때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성적 지향'을 명시하고 포함했다가 삭제하고 다시 '벽장' 안으로 넣었으며, [이제는] 해석을 통해서만 구제할 수 있게 됐습니다--과연 구제가 된다면 말입니다.
제가 전에 보내드린 편지에서 브린드(Vriend) 대 앨버타주(Alberta) 소송에 대한 캐나다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말씀드렸지요. 이 소송 사건은 '성적 지향'을 포함하지 않는 닫힌 목록을 갖춘 지방의 차별 금지 법령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 지방법에 대한 판결은 [캐나다] 헌법의 평등 규정에 근거해 내려졌는데, 헌법 역시 '성적 지향'을 열거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헌법 규정에는 '열린 목록'이 포함돼 있었으며, 캐나다 대법원은 이것[목록]이 해당 부분에 [명시적으로] 열거된 차별 근거와 마찬가지로 '성적 지향'을 차별 근거로서 포함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이같은 캐나다 헌법 규정이 제정된 1982년 당시, 성소수자 인권의 문제는 아직 국민의 의식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같은 누락은 당시에 논란이 되기는커녕 심지어 논의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상황이 [당시 캐나다의 상황과] 기본적으로 다른 이유는 성적 지향이라는 문제가 이미 국가 인권위법에서 인정됐다는 점입니다. 또한 더 중요하게는 차별 금지법안의 원래 초안이 차별 금지 근거의 명시적인 '사례'로서 성적 지향을 포함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차별 금지법안의 '성적 지향'] 누락(omission) 또는 과소 포함(underinclusion)은 캐나다 대법원이 브린드 소송에 대해 판결을 내릴 때 직면한 상황과 매우 유사합니다. [그 전에] [앨버타주] 정부는 앨버타주의 차별 금지법에 '성적 지향'을 포함시킬 것이냐는 문제를 논의한 끝에 [이를] 거부한 바 있었습니다. [즉] 지방 정부의 거부와 국가 헌법의 수용간에 갈등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같은 갈등은 국가 헌법의 판결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해결됐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중앙 정부가 [성적 지향의 포함 여부에 대해] 부정적인 행동--즉 차별 금지법안의 사례로부터 '성적 지향'을 삭제한 일--을 취했습니다. 이는 한국 사회에 부정적인 메시지를 보내게 됩니다. 또한 이는 법원의 사고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즉] 다소 이상하지만 현재 통용되는 영어 표현을 쓰자면, [한국의] 게이와 레즈비언들은 ['성적 지향'의 삭제로 인해] '투명 인간화'된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취한 행동은 [성소수자 및 이들의 법적 보호에 대한] 거부(비록 기술적으로는 단지 사례 목록에 명시적으로 포함시키는 일[에 대한 거부]일지라도])와 회피(한국 사회 내 성적 다양성의 존재에 대한 언급의 회피)로 볼 수 있습니다. 설령 홍 서기관님 말씀대로 차후의 [차별 금지법] 해석에 의해 [한국의] 게이와 레즈비언들이 보호를 받게 되더라도 이는 '따귀를 때리는 일'입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법학과
명예 교수
더글라스 샌더스(Douglas Sanders) 교수
